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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건강 이야기

자기혐오가 심하다면 욕심이 많은 사람? ft. 법륜스님

T더쿠 2024.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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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늘은 머리가 너무 아파서 그냥 글을 써본다.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여 놀지도 않고 무언가를 하는데 생산성이 없다고 느껴지는 날이 있는가? 오늘 내가 그런 듯해서 아무글이나 써갈겨본다.

오늘은 아침까지 참 괜찮은 날이었다. 아침부터 어머니의 한스러운 소리를 들어서 기분이 좀 무거워졌지만 운동도 하고 아침 일정을 마치고 나니 기분이 제법 괜찮았다. 오늘은 괜찮은 하루가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아침 일찍 짐을 싸고 카페로 향했다. 원래는 도서관을 가는데 요즘 공사를 하는지 너무 시끄러워 지출을 감수하고 카페로 향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분명 아침 일찍부터 앉아서 무언가를 하는데 그게 아무성과없이 끝나버렸다. 처음에는 기대감에 젖어 계획도 세우고 열정적으로 달려들었으나 결국 짙은 어둠이 내려앉도록 열심히 파고 또 팠으나 결국 남은 것은 아침에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을때와 같았다.

그래서 내가 정말 혐오스럽게 느껴졌다. 내가 정말 너무 무능하고 죽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느는 날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사람들도 있고 적어도 무언가를 했다면 적든 크든 무언가를 얻고가야 하건만 나는 정말 시간만 버리고 있다니 내가 노숙자와 다를바가 무엇이란말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답답한 것은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을 더해야 조금이라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노력을 쏟아 부을 수 있는 곳을 알게 될지 알 수가 없었다.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갑자기 횟불과 나침반을 동시에 잃어 버린 느낌이었다. 아무리 걸어도 결국 제자리걸음인것만 같아 무섭고 두려웠다. 내가 원하는 곳에 도달하지 못할 것 같아서 두려웠고 그보다 앞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고 무의미한 시간만 보내는 것 같아 나는 스스로를 혐오하는 감정을 느꼈다.

그 감정이 갑자기 겉잡을 수 없이 커져 숨을 쉬기가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답답함에서 시작해서 스스로를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 그렇지만 살고 싶은 마음이 충돌하며, 비참하다는 감정을 만들어내었다. 그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자 숨이 막혀왔다. 들숨이 있으면 당연히 날숨으로 바람을 빼내야 하는데 이게 고장이 난 것 같았다.

억지로 가슴을 밀어내야 겨우 숨을 쉴수가 있었고, 가슴위에 무언가 무거운 무언가가 얹혀져있는듯 가슴이 너무나 답답했다. 그렇게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질 즈음 이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를 객관화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넘쳐흐르는 생각과 감정을 쏟아내야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이렇게 쓰고 있는 중에도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지금도 나를 죽여버리면 편안하지 않을까 이렇게까지 살 필요가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사람은 그 자체로 존귀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는 세상에 살아 있어서는 안되는 오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던 차에 예전에 스치듯 들었던 법륜 스님이라는 분이 한 말이 생각이 난다. 열등감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소위 '아상'이라고 부르는 스스로 만든 허상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람은 되고 싶은 것과 현재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데 고집이 쌔고 욕심이 많은 사람은 특히 심하게 드러나고는 하는데, 현재의 자신의 모습은 보지 못하고 자신이 만들어 놓은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만을 바라보면서 절망한다는 것이다.

저것이 자신인데 내가 자신이 되지도 못하니 나는 죽어야 한다는 것이고 모자란 사람이고 부족한 사람이고 못난 사람이라는 메커니즘이다.

즉 난 저 정도는 되어야 나라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스스로 정했는데 현실은 거기에 한참 못미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는 것이나 숨이 막힐 정도로 자신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열등감은 곧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지금 이 이야기가 생각나는 이유는 나에게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하여 다시 곱씹어 본다.

내가 혐오하는 나는 누구인가? 현재의 나는 누구인가?

지금 생각해보면 지금의 나는 건장하다고 말할수는 없으나 건강하다. 또한 어디 아픈곳도 없고 모아놓은 돈이 많지는 않지만 최소한 빚은 없다. 그리고 능력이 출중하여 여기저기서 막 대려가려고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눈을 낮추면 그래도 면접을 몇번보면 오라고 하는 곳이 간혹 있긴하다. 그게 내 성에 차지 않아서 그렇지 말이다.

현재도 내가 죽고 싶어진 이면에는 비교라는 키워드가 숨겨져 있는 것 같다. 나 자신을 스스로 생각할때 내 나이에는 이정도 능력은 있어야 하고, 내가 가진 재산은 이정도는 되어야 하며, 인간관계는 이정도는 있어야해 라고 단정짓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생각이 과연 내가 '스스로' 생각해서 판단한 것일까?

내가 주로 보고 내가 주로 부러워 하고 sns, 뉴스, 드라마 등에서 좋다고 반응하는 것을 내가 주입받은 것은 아닐까? '니가 잘 몰라서 그렇지 이게 좋은거야 이정도는 되야 좋은거야'라고 말이다.

나처럼 자신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런 그루밍에 더 취약한 것 같다.

'내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 맡고, 혀로 맛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머리로 생각해서 아는 정보는 내가 그렇게 인식한 것일 뿐입니다. 그것이 실제인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어요. 그런데 자기가 인식한 내용을 객관적 사실이라고 할 때 상을 짓는 겁니다. '
-법륜스님-

이게 법륜스님이 하신 연설중에 일부인데 아직은 간질간질 알듯 말듯한것 같다. 내가 괴롭다고 느끼는 것은 내가 못나고 모자라다고 느끼는 것이고 그것은 비교에서 비롯된 감정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결국 내가 '상이라는 틀을 정해놓고 작다, 크다, 옳다, 그르다하면서 우겨넣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작거나 크거나 모자르거나 넘치거나 하는건 내가 멋대로 기준을 정해 놓고 그렇게 느끼는 것일뿐, 절대적인 기준도 아니고 사실을 더더욱이 아닌것이지요.

제가 가장 와닿았던 것은 사과를 보는 시각입니다. 적녹 색맹이 없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사과를 보고 빨갛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적녹 색맹이 있는 사람은 노란색이라고 말합니다. 누구의 말이 맞을까요? 사실 둘다 맞는 말이지요. 원래 사물에는 색이라는 것이 없고 어떤 빛을 흡수하고 우리가 어떤 빛을 보느냐에 따라 그렇게 느끼는 것일 뿐이지요.

그러니 사실 사과는 빨갛기도 하고 노랗기도 한 것입니다. 이런 이치에서 스님은 앞으로 무언가를 말할때 이렇습니다. 저렇습니다 처럼 객관적인 진리인것처럼 단정 짓지말고, '저는 이렇게 체험했습니다','저는 이렇게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라고 말하라고 합니다.

이렇게 말해야 상을 짓지 않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종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합니다. 그저 저사람은 저렇게 믿고 있는 거구나, 혹은 저사람은 저런 상을 짓고 있구나 그래서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생각하면 서로 싸울일이 별로 없다는 거지요.

본래 맞고 틀리고가 없고 낮고 높음도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행동, 생각, 믿음을 그사람이 만들어 놓은 '상'이라는 틀에서 바라보면 자연히 존중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 사람이 맞는 것도 아니고 내가 틀린 것도 아니고 그냥 각자의 '상'이 그런 것이라고 믿을 뿐이니까요.

물론 세상을 더 편하게 살 수 있는 '상'이 있을지도 모릅니다만, 결국 언제 어디에서건 나의 '상'에 맞는지 틀리는지 맞춰보려고 긴장하며 사는 것은 분명 피곤하긴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놓고 보니 저는 제가 가진 '상'이 너무 강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무엇을 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무턱대고 부족하다, 모자란다, 할 수 없다고 단정 지은 것 같습니다.

제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무엇이 되었든 저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직은 너무 조급해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깔끔하고 세상 사람들이 우러러봐줄것 같은 그런 일만 찾는 것이 아니라 내 '상'을 내려놓고 할 수 있는 모든 일 중에 가장 잘 되어 지고 하다보니 스스로도 재미가 붙는 그런 일을 하며 사는 것이 더 괴롭지 않은 삶인 것 같습니다. 괴롭지만 않으면 가끔 재미도 있고 가끔 즐겁기도 할테니까요.

이제는 확실히 인식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의한 '상'이 너무 강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흔히 열등감이라고 하죠. 그리고 욕심이라고도 하고 고집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합니다. 하긴 기획일을 하는 사람치고 자기 '상'이 없는 사람은 없는 것 같긴 합니다.

앞으로는 힘들때마다 내 '상'을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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